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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체코

[프라하 여행] 카프카 박물관과 존 레논 벽, 그리고 황홀한 야경

by U.ken 2018.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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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박물관과 존 레논 벽, 야경이 더 아름다운 댄싱하우스

프라하성

프라하성 내 비투스 대성당, 성 이르지 성당 그리고 황금소로를 구경한 후 카프카 박물관으로 향했다.

가던 도중에 프라하성이 올려다 보이는 뷰 포인트가 있어 사진을 찍었다. 대륙성 냉대기후대인 이곳에는 푸른색의 잔디밭이 흔했다. 잔디밭 뒤로 전차가 지나가고 그 뒤로 프라하성이 보인다. 언덕 위로 하늘 높이 솟은 연립 아파트 같은 건물들이 성벽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 자체로도 감히 월벽할 엄두가 나지 않는 요새의 형상이다.

블타바강을 노니는 백조 (캄파 파크)

블타바강과 카를교

카프카 박물관으로 가는 도중에 캄파 파크라는 곳이 있다. 우아한 백조를 볼 수 있다고 하여 들르기로 했다.

과연 물 위를 노닐고 있는 백조들의 자태가 아름다웠다. 희고 우아한 백조들과 잿빛 블타바강, 중세스런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카를교와 뾰족한 교탑, 그리고 우중충한 날씨까지 합쳐진 풍경에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벤치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들으면서 이 풍경을 지켜보고 싶다.

아까와는 지극히 다른 감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미드 뱀파이어가 떠오른다. 어디선가 그들이 숨어있어도 별로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미드 뱀파이어의 분위기가 음울하고 우중충했던 연유를 이곳에서 깨닫는다.

백조

캄파 파크 물가에 오면 이렇듯 떼거지로 모인 백조들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처럼 우아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때꾸중물이 좔좔 흐른다. 물 위의 모습은 평온하기 그지없지만 물 아래의 발은 한시도 쉬지 않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뭐든지 거리를 적당히 두고 봐야 아름다운 것이다.

한편 이들은 관광객들을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이유는 관광객들이 던져 주는 체코 빵 뜨르들로를 얻어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도 생존을 위해서 필사적이다. 아 팍팍한 삶이여.

카프카 박물관 - 오줌 누는 동상

카프카 박물관

카프카 박물관이다. 앞마당에 두 남자의 동상이 서로 마주 보며 서 있는데 다소 민망한 포즈를 하고 있다. 아니 민망한 행위를 벌건 대낮에 대놓고 하고 있다. 게다가 돌출된 부위가 위로 올랐다가 아래로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재밌는 발상의 동상이며, 그래서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제한이 있는 제주도나 경주의 성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구조물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동상을 남녀노소 모두가 오는 일반 박물관에 세워놓는다면 외설 논란에 휘말리겠지. 외설과 예술은 한 끗 차다.

근데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여성분들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더 많이 찍어가더라. 뭐 보통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사진을 더 많이 찍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별로 민망해 하는 구석 없이 잘들 웃으며 즐기는 분위기였다. 장난기 가득한 어느 작가의 한 예술품으로서 봐주는 시각이었다.

이곳에서는 카프카의 필체가 남은 글과 낙서, 그림, 카프카를 표현하는 그림의 원본도 전시되어 있다. 독특한 음향이 박물관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는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한다.

운영시간 및 요금

오픈 - 10:00~18:00
요금 - 성인 200코루나, 학생 120코루나

체코인이 사랑하는 대작가 프란츠 카프카

1883년 유대인 부모의 장남으로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6세가 되던 해 독일어 학교에 입학해 독어에 능통, 대학은 프라하 법대에 입학했다. 독일 문학을 공부하던 중 지금의 카프카를 있게 해 준 친구 막스 브로트를 만났다. 20살이 되던 해부터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1908년 대학 졸업 후, 보험 회사에 다니면서도 잡지와 책을 집필하였다. 1917년 결핵 진단을 받았으며, 1922년 보험 회사에서 퇴직한 후 오스트리아 빈의 근교 요양소에서 요양하던 중에 1924년 6월 3일 41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는 유언으로 자신이 쓴 모든 작품을 없애 줄 것을 부탁, 그러나 친구인 막스 브로트는 그가 남긴 작품을 출판하여 프란츠 카프카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카프카 박물관 위치

캄파섬 카를교 아래서

카를교 아래

말라스트라나 지구의 경계부에 프라하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캄파섬이 있다. 그곳에 가면 카를교가 올려다보이며, 캄파섬과 말라스트라나 사이의 작은 수로에는 관광객을 실은 배가 수시로 오간다. 낭만의 중세 도시답게 수로를 따라 쳐진 울타리에는 영원한 사랑을 기약하는 자물쇠가 끊임없이 채워져 있다. 전 세계의 숱한 연인들이 스쳐 지나갔겠지.

존 레논 벽

존 레논 벽

프라하에는 볼거리가 정말 많다. 중세의 성과 성당, 중세의 다리, 화약탑 등 역사에서 유래한 볼거리만으로도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 체코인의 사랑을 받는 작가의 박물관이라든지 재밌는 조형물이나 의미 있는 건축물, 또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블타바강의 백조까지 구경할 것이 너무 많다. 그런데 이곳 존 레논 벽은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볼거리 중 하나다.

말라스트라나 지구 내 대수도원 한쪽 벽면으로 낙서와 그림들이 가득하게 그려진 곳이다. 1980년 존 레논이 암살당하던 때부터, 자유와 평화를 열망하던 체코의 반공산주의자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비틀즈의 노래 가사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림과 낙서를 통해 표현했던 곳이 현재의 존 레논 벽이다.

온갖 낙서가 있다. 영어뿐만 아니라 한글, 한문, 일어도 보인다. 그 외 다른 나라 언어도 보이지만 어느 나라 글씨인지 알 수 없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벽의 낙서와 그림을 모조리 지워버린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낙서로 벽을 꽉 꽉 채우는 것이다. 문득 이 벽이 낙서로 가득 차게 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해진다.

낙서

존 레논 벽에 와서 낙서를 감상하였더니 어느새 해가 지고 깜깜해졌다. 평화를 염원하던 보헤미안 청년들을 가슴에 품고 발길을 돌린다.

황홀한 야경

존 레논 벽을 보고 블타바강을 따라 올라간다. 오늘 하루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예기치 못한 기습을 맞았다. 블타바강 건너편의 황홀한 야경이 바로 그것이다.

댄싱하우스 야경

댄싱하우스

어둠 속의 댄싱하우스는 더욱 빛이 난다. 아름답다. 댄스는 밤과 어울리기에. 휘날리는 듯한 건물의 곡선 옆태가 아찔하다. 어떻게 건물을 저렇게 지을 생각을 할까. 경이롭다.
댄싱하우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에 덧붙인다.

국립극장

국립극장 야경

어둠 속에 밝게 빛나는 것은 댄싱하우스 뿐만 아니다. 댄싱하우스에서 블타바강 하류로 약 300m 내려온 지점에 국립극장 또한 그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었다. 안정적이고 거대한 르네상스 건축물의 위용이 댄싱하우스의 톡톡 튀는 모습과 대비를 이뤄 이 또한 볼 만 했다.

☞바로가기 : 두 번째 포스팅(국립극장에 대해)

유럽여행 첫날 밤은 깊어만 가고

게으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한번 시작하면 길어져만 갈게 확실시됐던 포스팅 분량에 대한 압박 때문이었을까 미루고 미루어 왔던 유럽여행 포스팅을 시작하고 어느덧 8개의 글을 올렸다. 성격상 한번 시작하면 대강할 수는 없기에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도 대출하면서 나름으로 열심히 자료를 찾아보고 그 당시의 감상을 더듬으며 글을 썼다. 7번째 글에서는 경어체도 써보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열심히 한 만큼 괜찮은 글이었으면 싶겠지만 내가 내 글을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내가 의도한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면 좋겠다. 
첫 번째로 내 여행의 기록으로서의 의미다.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문득 젊었을 적 추억을 곱씹고 싶어지면 티스토리에 올린 기행문이 추억의 방으로 가는 열쇠가 되어주겠지. 사진과 글이 그 당시의 생생한 모습과 감정을 간직하고 있을 테다.
두 번째, 정보 전달의 역할이다. 나 혼자 볼 요량이라면 일기장에다가 조용히 쓰면 될 일이다. 손글씨 쓰는 게 번거로우면 비공개로 해놓고 워드에다가 글을 쓰고 어디 하드에다가 저장해 놓으면 그만이다. 과거 싸이월드처럼 티스토리도 없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으니 하드에다가 글을 저장하는 게 훨씬 안전하겠지. 하지만 분명히 밝히는데 나 혼자 보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여행지에 대한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꼈으면 한다. 이미 다녀온 사람이라면 감정을 공유하면 더 좋을 일이다.
셋째, 글쓰기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 어쩌면 이것이 궁극적인 목적일지도.
넷째, 광고로 인한 부수입.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목적일지도. ^^;;;
네번째는 썰렁한 농담 정도로 치부하겠다.
마지막으로 유럽여행 첫날의 일정 및 여행코스를 소개하겠다. 모든 코스는 도보로 이동하였다.

첫날 여행 코스

숙소 - 댄싱하우스 - 국립극장 - 화약탑 - 첼레트나 거리 - 구시가 광장(천문시계) - 카를교 - 네루도바 거리 - 프라하성(성 비투스 대성당, 성 이르지 성당, 황금 소로) - 카프카 박물관 - 캄파 파크 - 존 레논 벽 - 블타바강 변 야경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밤늦게까지 돌아다녀 굉장히 피곤했었다. 생애 처음 오는 유럽이라 의욕 충만했었던 듯하다. 이 코스를 따라가면 대략 10km 걸어야 한다. 구경을 제외하고 단순히 걷는 것으로 가정하면 약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체력에 자신이 있고 최대한 많이 구경하고 싶다면 위와 같은 여행 코스를 추천한다.
체력전이 싫다면, 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카를교와 구시가지 2군데만 다녀도 충분히 즐거울 것 같다. 중세의 정취가 온전히 전해지는 블타바강 위 카를교는 정말 로맨틱한 장소다. 정각에 천문시계 인형들의 퍼포먼스를 구경하고, 주변 가게에서 소세지와 맥주를 마신 후 카를교 위에서 귀를 간지럽히는 거리의 악단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싶은 도시가 바로 프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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