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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

해운대에서 다시 만난 오랜 친구

by ken! 2018. 4. 14.

해운대, 마린시티 전경해운대 씨클라우드 호텔 뷰

위 사진은 아침 동틀 무렵 찍은 것으로

전날 비가 와서 시계가 맑다.

동틀 무렵 찍는 사진이

하루 중 가장 잘 나온다.

해변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보이고 옆으로는

마천루 마린시티가 중세시대에

지은 성채처럼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저 멀리 광안대교도 고개만

빼꼼 내놓은 것처럼 보인다.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한 달 전 부산 해운대로
출장일정을 급하게 잡고 다녀왔다.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해운대의 씨클라우드호텔에서 묵고 있단다
 일은 어쩌고 호텔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앉아있느냐고 물었더니
하던 일을 그만뒀단다. 한 2년 동안
거제도의 중공업에서 시운전을 하던 친구였다.
조선 경기가 안 좋아 일거리가
없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친구는 미국으로 대학을
가서 과 수석을 할 만큼 머리가
좋은 녀석인데 삶이 잘 풀리지 않는다.
가세가 기울어 대학 공부를 중간에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몇 년간 고생 중이다. 돈을 벌어
다시 미국으로 가겠다고 이일 저일
한다마는 요즘 중공업 경기가
워낙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백수 신세가 되었단다. 2년 동안
한시도 쉬지 않았으니 이참에 3일 정도
부산에 호텔을 잡고 쉬고 있다는 얘기에
나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로 달려갔다.
내 일이야 전국 어딜 가든 할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날짜만 잡으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해외 출장도
다닐 원대한 포부도 남몰래 품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우리 둘 다
표현이 서툰 경상도 남자들이라 오고 가는 인사말은 짧다.
"왔나"
"어, 왔다"
"먼 길 왔다"
"그래 일은 어쩌다 그만뒀노? 다른 일은 구했나?"
"조선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울산에 달리 할 일은 구해놨다."
뭐 이 정도 안부 인사로
첫 대화가 오간 것 같다.
나는 공식적으로는 이곳에 일하러 온 것이기에,
몇 군데 거래처를 돌며 할 일을 해놓고 밤늦게 술상을 차린다.

맥주 한잔 마시며

어디 나가서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
이 호텔 전망이 워낙 멋있으니까.
해운대 야경을 안주 삼아 술을 기울이는
것이 어디 나가서 한잔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그 야경을 사진으로 담지 않은 것은 실수다.
울산에서 예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할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 운영했었던 자동차 관련 사업채를 다시 맡아서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을 다시 한다는 말이 영 내키지 않았다.
그 일을 할 때 이 친구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봤었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건이 좀 더 나아진 방향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영 미덥지가 않다. 아마도 단기간에
돈을 많이 당겨 벌어서 미국으로 최대한
빨리 가려는 심산인 듯싶다. 제조업 환경의 원청과 하도급
간의 구조적인 권력관계를 훤히 아는 나로서는
정신 차리라며 뜯어말렸다. 뭐 그런데 벌써 이미 얘기가
다 된 듯 돌이킬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면 확실하게 받을 것은
받으라고 했다. 계약 단계에서 확실히 따지고 일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알겠단다. 뭐 네 인생에 내가 뭐라고 개입하겠냐만은 염려되는
마음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마는 이 녀석은 내 말을 듣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2년 동안 중공업에서
고생고생하고서, 다시 빚만 떠안고
그만두었던 사업채에 왜 다시 돌아가려는지...
30대 중반으로 치닫는 내 또래 세대 앞에 펼쳐진 세상은
왜 이리도 팍팍한 것인가. 씁쓸함이 하염없이
밀려오는 밤이었다. 맑게 갠 해운대의
푸른 하늘을, 바다를 훨훨 나는 날이 언제나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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