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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맛집

평생을 바친 냉면 장인의 을밀대 평양냉면

by U.ken 2018.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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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을밀대 냉면 가게


광흥창에서 근무하는 후배와 저녁밥을 먹기로 했는데

자기네 회사 근처에 맛있는 평양냉면집이 있다며 이리로 오라고 했다.

나는 처음 들어봤지만 을밀대라고 꽤나 유명한 마포 맛집 가게란다.

점심시간이면 항상 냉면을 먹기 위한 손님으로 줄이 길게 서 있다고 한다.

한여름 기준으로 1300여 그릇의 냉면이 팔리고,

하루 매출이 2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후배의 추천으로 가게 된 을밀대 평양면옥의 첫인상은

뭐랄까, 참 오래된 가게구나. 전통이 꿈틀대고 있음이 느껴졌다.


을밀대


흑백의 평양 을밀대 사진이

왠지 모르게 인상적이어서 사진으로 찍어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가게의 창립자가

평안남도 안주 태생의 김인주(1936~2005)라는 인물로

해방 전까지 이북에서 살다가 대구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분이 평생을 냉면에 바친 사람인데

10대 후반부터 냉면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말년에 폐암으로 타계한 69세까지 냉면을 만들었다고 한다.

말기 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망 당일까지

손수 육수 공장에서 냉면 육수를 뽑았다고 한다.

이북 출신 손님들은 평양냉면 맛과 가장 가깝다고들 했다고도 한다.

그만큼 장인정신이 투철했기에

대한민국 제1의 냉면가게가 될 수 있지 않았겠나 싶다.


을밀대 메뉴


이 가게 메뉴와 가격은 위 사진 참고하시기를.


다른 가게에 비해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사실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게

후배가 저녁을 사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선배인 내가 산다는 것을 굳이 후배가 사겠다고 하니

얻어는 먹겠는데 뭔 냉면 한 그릇이 만원이 넘어가니,

냉면 먹자길래 부담 없이 왔는데

가격 보고 부담이 생겨버렸다.

짐짓 얻어먹기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던져봤다.



"뭔 냉면이 이리도 비싸."

"맛있어요. 싸구려만 찾는 선배한테 비싸고 맛있는 것 좀 먹이고 싶었어요."

"내가 대학 다닐 때 너한테 싸구려만 사줬었나?"

"소주에 죠리퐁과 고추참치가 최고 조합이라던 사람이잖아요."


정곡을 콕 찍으니 말문이 막혔다.

최근에야 나이가 들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맛있는 것을 찾기도 하고 미각의 세계에 관심을 점점 가지게 되었다만

사회생활 초년기 때만 하더라도 음식에 대한 내 신조는

'살기 위해 먹는다'였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어 맛집도 찾아다니고

가끔 가격이 꽤 나가는 음식도 기꺼이 값을 지불하고 먹기도 한다.


"옛날의 내가 아니야. 싼 티 난다고 생각지 마라."


을밀대 비빔냉면 물냉면


후배는 여기서 자주 냉면을 먹었었는지

능숙하게 물냉, 비냉, 녹두전을 멋대로 시켰다.

'자...자 잠깐, 내 의사 정도는 한 번쯤 물어봐야지.'

라고 속으로 얘기했다.

사실 내가 가리는 음식이 없다는 것을 후배가 너무 잘 알고 있다.


냉면 위에 고기가 잔뜩 얹혀져 있는 것을 보고

가격에 대해 조금은 수긍했다.


을밀대 평양냉면


을밀대 평양 비빔냉면


평양냉면은 확실히 담백하다. 일반 고깃집에서 먹는

자극적인 그 맛과는 확실히 달랐다.

메밀면은 꼬들꼬들하고

육수 맛이 뭔가 깊은 풍미가 있음이 느껴졌다.

분명 맛이 있는데 어떻게 표현이 안 된다.

그리고 한 번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에 또 와서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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