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이정현 의원(무소속)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14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같은 형량이 최종 확정되면 이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방송법 제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7년 만들어진 이 조항이 적용돼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31년 만에 처음이다. 법원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경각심 없이 행사되어 온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언론 간섭이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선언”이라고 천명했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고 압박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로, 특정 권력이 방송 편성에 개입해 자신들의 주장과 경향성을 여론화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국민 의사가 왜곡되는 등 민주주의에 중대 위해가 발생한다”며 “외부세력, 특히 국가권력의 방송 간섭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2016년 6월 공개된 녹취록(4월 21일, 4월 30일)을 보면 이 전 수석은 "솔직히 말해서 (방송에) 의도 있어 보여요", "이상한 방송들이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그렇게 지금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전부 다 나서서 방송이 지금 해경을 밟아놓으면 어떻게 하겠냐고요", "얼마든지 앞으로 정부 조질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가 가지고 이런 이런 문제 있으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좀 봐 주세요", "이렇게 중요할 땐 극적으로 도와주십시오" ,"진짜 국장님 좀 도와주시오, 진짜 너무 진짜 힘듭니다", "그래 한 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박근혜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아이~ 한 번만 도와주시오. 자, 국장님 나 한 번만 도와줘. 진짜로"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 정권 9년 동안 공영방송이 ‘청와대 방송’인 양 정권을 비호하고 세월호 참사 등의 중대 사안을 왜곡·축소·은폐한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2006년 노무현 정권 시절 31위를 기록하고 정권이 바뀐 후 계속 떨어져 2016년 박근혜 정권 말기에 70위까지 떨어졌었다. 올해 43위로 회복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적 기둥의 하나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견제해야 할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도 위기에 빠지게 된다. 권력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존중하고, 언론은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망각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지켜질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권력의 언론 통제·장악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언론 자유와 독립성의 가치를 재확인한 판결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선고는 그의 직책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다소 약한 처벌이 아닌가 싶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막고 방송 편성에 개입하였다. 이는 여론에 심대한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청와대의 홍보수석이라는 자리의 중요함과 무거움을 봤을 때 더 엄하게 집행하여야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 다시는 고위관리직의 사람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언론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할 생각을 아예 못 하게끔 따끔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지 않겠는가. 반칙과 편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임을 엄중한 법원 판결로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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