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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국토종주 서울to부산

동계 자전거 여행 - 국토종주 셋째날, 문경새재를 넘다

by U.ken 201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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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종주 문경새재 넘다

아침 8시. 오늘도 날씨가 청명하다. 단숨에 충주시내를 주파하여 교외로 빠진다.

문경새재만 넘으면 언덕길이 없을 테지. 오늘까지만 고생하자.

이때 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바로 며칠 후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겨울에 자전거 타기는 무엇보다도 추운 날씨가 라이더를 힘들게 한다.

영하 7도의 날씨에서 자전거를 타니 자꾸 발이 언다.

라이딩 중간에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 잠깐 들려 난로가에 몸을 녹인다.

발이 어는 것이야 중간 중간 녹이면 되지만 왼무릎과 오른발목 아킬레스건이 살살 아파오는 게 앞으로 갈 길이 먼데 걱정이 된다.


길이 한산하니 속도 내기 좋다. 문경새재 구간은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이 국도 측면에 자전거 그림만 그려진 코스가 대부분이라

국도를 타는 것과 다름없다.

연풍면을 지나 소조령, 그리고 이화령

연풍면 전경하얀 풍경 연풍면


문경새재가 가까워 오면서 언덕길이 많아지더니 소조령 넘어서는 계속해서 언덕이다.

소조령은 여차해서 자전거를 타고 넘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언덕을 넘으니 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한껏 속도를 내본다. 옷깃에 스치는 바람이 상쾌하다.


연풍면을 지나 이화령에 들어서자 10도의 경사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넘을 수 없다.

MTB라면 가능할텐데. 이틀 동안 지치지 않았다면 자전거 타고 충분히 넘을텐데.

굴욕이라고 생각하며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간다.


라이더

10초 타이머 셀카질.

이화령 정상

이화령 정상


자전거를 끌고 겨우 겨우 이화령 꼭대기에 올랐다.

여기서 어느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그분도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

저 아래 연풍면에 사시는데 매일같이 추우나 더우나 이화령 꼭대기에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가 내려가신단다.

"건강에는 그만이지!"

나는 체력이 부쳐 자전거를 끌고 올라왔다고 하니까 "이 정도 가지고 왜 끌고 오냐고 젊은 사람이"라고 하신다.

속으로 '저는 3일동안 자전거를 타서 힘이 빠졌고 자전거도 할아버지가 타시는 MTB가 아니라고요' 라고 했지만 

이화령을 올라오신 할아버지가 대단하다.

나도 저렇게 늙어야 하는데, 먼 얘기지만.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한다.


문경대로

이화령에서 바라본 문경대로. 터널로 이어진다.


파란하늘 자전거 풍경

이명박 대통령이 자전거길 만든 것은 잘한 것 같다.


고개를 넘으면 내리막길이니 편하게 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도로가 산 북사면에 있어 길 위의 눈이 녹지 않았다. 속도를 낼 수 없어 브레이크를 꾹 잡으며 내려간다.

브레이크 잡는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겨우 이화령을 넘어 내리막길을 만났는데 길이 얼어 속도를 내지 못해 억울하다.

그러나 어쩌랴. 예측할 수 없는 길. 눈으로 인한 험로. 이것도 겨울 라이딩의 묘미다.


길이 나빠서였는지 문경새재를 넘자마자 이번엔 뒷바퀴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살펴보니 타이어에 상처가 많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까이에 문경읍이 있다. 자전거를 끌고 가 자전거 수리점에 들린다.

이 마을에서 유일한 자전거 수리점이란다. 뒷바퀴 타이어를 교체하고 튜브는 구멍 난 부분을 찾아서 때웠다.

튜브에 바람을 넣으니 쉽게 구멍 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그 부분에 접착제를 바르고 패치를 붙이면 끝.

15000원을 굳혔다.

재밌는 건 시골 수리점에서는 튜브를 때워줬다는 것. 서울과 여주에서는 확인도 안하고 때울 수 없다더니...

섣부르게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 사람들의 잇속 챙기기에 기분이 씁쓸하다. 물론 나의 무지를 먼저 탓하지만.

사장님께서는 자전거에 대해 여러가지 조언도 아끼지 않으신다. 로드바이크는 튜브에 펑크가 잦다고 하신다.

특히 지금은 겨울이고 눈도 왔으니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아 더 쉽게 펑크가 날 것이라고 하신다.

사장님도 자전거 동호인이시고 국토종주 경험이 있으셔서 앞으로 갈 길에서 우회 도로도 알려주셨다.


사장님의 조언대로 예비 튜브를 구입했다. 3번째 튜브를 교체하고 보니 이제 내가 직접 할 수 있을것 같다.

판매용 접찹제를 가지고 계시지 않아 패치는 구입하지 않았다. 3번이나 펑크가 나고 보니 예비 튜브의 필요성도 절감한다.

만약에 가까이에 수리점이 없는 곳에서 펑크가 났다면 어쩌겠는가.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을 터. 그렇게 보면 나는 행운아다.

펑크가 터져도 마을 주변에서 터졌으니. 지나친 긍정일까. 한번 더 긍정하자면 부딪히면서 많이 배운다. 앞으로 수리점 가는 일은 없을것이다.

여튼 여기서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5만원을 또 썼다.


문경새재 고개

내가 저놈을 넘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땅거미지는 호숫가

아직 갈길이 먼데 어둑어둑해진다.

또 야간 운행이다.


오늘밤은 문경시내의 이만원짜리 여관방에서 머문다.


[주행기록]

주행거리 : 90km

주행시간 : 6시간


날씨 : -7 ~ 1도 / 맑음


루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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