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내가 사장이니까 내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점심 시간이다.
편의점에서 육개장 컵라면 2+1으로 3개를 구매했다. 소불고기 주먹밥은 요즘 내가 한창 즐겨 하고 있는 '냉장고 파먹기'를 하던 중 튀어나온 녀석이다. 냉동실 구석에서 쿨쿨 자고 있던 소불고기 주먹밥을 먹기 위해 편의점에서 라면을 샀다. 회사에 전자렌지가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뭔가를 사면서 전자렌지를 얻어 써야 했다. 냉동실에서 동면하고 있던 소불고기 주먹밥은 다행히도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았다.
주먹밥은 짠 맛이 좋고 라면은 맵고 짠 맛이 일품이었다. 아, 걱강한 맛과 좋은 맛은 반비례하는 것인가. 주먹밥을 라면 국물에 담갔다가 먹으면 목넘김이 좋아진다. 영양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맛과 가격만 따진다면 최고의 점심이었다.
1,400원짜리 컵라면을 2+1으로 샀으니 개당 900원 꼴이다. 900원짜리 컵라면. 냉동실에 있는지도 몰랐던 주먹밥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가 좋을까. 없던 것이 나타난 것과 같으니까 공짜로 여겨도 되겠지만 그래도 한 끼 양식이 되는 녀석이니 500원에서 1,000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둘을 합쳐 2,000원 이하다. 지난 달 베트남 가서 눈물 나도록 지겹게 먹었던 쌀국수가 2,000원 정도였다. 오늘 점심값은 매우 훌륭했다.
혼자 일하니까 이런 게 참 좋다. 눈치 볼 것 없이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된다. 눈치 안 보고 아낄 수 있다. 반면 직원과 먹을 때는 그래도 적당히 괜찮은 곳에 가야 했다. 최소 8,000원 많게는 12,000원 짜리 밥을 먹었다. 3명분을 샀으니까 20,000원에서 36,000원까지 점심값으로 나갔다. 1달이면 50만원, 1년이면 600만원이다.
오늘은 맛도 챙기고 실리도 챙겼다. 사업을 하면서 절대 망하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돈을 안쓰는 것이다. 최대치로 아끼면 망할 확률은 매우 줄어든다. 손자병법서에서 시종일관 언급하는 바는 지지 않는 싸움을 하라는 것이다. 워런버핏도 투자에 관한 원칙으로 '잃지 마라'를 얘기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으면서 찍은 사진 2장으로 이정도 장문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놀랍고 당황스럽다. 티스토리 글쓰기를 다시 제대로 하여 꾸준히 해보려는데 문득 어렵지 않은 일 같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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