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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맛집

[춘천 닭갈비 맛집] 1.5닭갈비

by U.ken 2018.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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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이 찾는 춘천 닭갈비 맛집 일점오닭갈비

양양에서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하시는 형과 바다에서 스노클링과 멱감기를 하며 실컷 놀고 오후 3시 즈음에 춘천으로 떠나려는데 형이 아쉬웠는지 춘천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한다. 오늘 나의 일정은 춘천에서 볼일을 보고 서울로 가는 것이었다. 나도 물론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엔 양양에서 춘천까지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만류했다.

"형, 괜찮겠어요? 나도 형이랑 춘천에서 닭갈비나 좀 먹고 더 놀면 좋긴 한데 괜히 춘천까지 따라오시기에는 좀 먼데요."

"괜찮아. 춘천에서 저녁 먹자. 양양에서 혼자 사려니 외롭다."

서울이 고향인 형이 양양에서 혼자 사업을 하려니 많이 외로웠나 보다.

"저야 형이 춘천까지 함께하면 정말 좋죠."

그렇게 가게 된 춘천 닭갈비집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남자 둘이서 그것도 사회인이 되어서 바다에서 물놀이하며 놀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웃기기도 하다. 대학 시절 조기축구회에서 인연이 맺어져 여태까지 알고 지냈는데 그때부터 뭔가 잘 맞는 부분이 있었다. 심지어 6살이나 나이 차가 나지만 그 형이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라 격식이 없기도 하거니와 나도 크게 나이에 대해 개의치 않는 편인 것도 잘 맞는 부분이다.

예전에 춘천에서 대학을 나온 직장인 친구가 소개해 준 1.5닭갈비가 떠올랐다. 나를 따라 춘천까지 와 준 형을 위해 현지인이 좋아하는 닭갈비 맛집으로 데려갔다. 한 2년 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기도 한 곳이어서 금방 찾을 줄 알고 내비게이션을 찍지 않고 갔었는데, 나의 기억력을 믿은 대가로 한 30분은 강원대 주변을 헤매야 했다.

"오늘 안에 닭갈비 먹을 수 있는 거야?"

"네, 이제 다 왔어요. 배고프죠?"

"물놀이하고 아무것도 안 먹었다."

"조금만 참으십쇼. 형님~."

어느새 내 촉각이 곤두서고 두뇌를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등에서는 식은땀도 나는 듯하다. 하여간 가끔 터무니없는 자신감은 스스로를 난처하게 하곤 했다.



강원대 주변에 닭갈비 집이 있는 것은 맞는데 조금 떨어져 있다. 그래서 길을 헤매긴 했지만 어찌어찌해서 겨우 오기는 왔다. 형은 넉살도 좋게 웃으면서 네 덕분에 닭갈비가 더 맛있을 거라고 한다.


춘천1.5닭갈비


일점오닭갈비 모습이다. 길가에 있어 전체 샷이 안 나온다. 전체 샷을 찍으려면 2차선 도로를 건너서 찍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길을 헤매느라 늦어서 겨를이 없었다.

1989년부터 춘천 후평동 인공폭포 앞에서 2대째 운영되고 있는 닭갈비 전문업소이며 지역주민 및 네티즌 추천맛집이기도 하다. 물론 네이버에서 '춘천닭갈비맛집'이라고 검색해도 잘 뜨지 않는다. 현지인들과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및 전화 주문을 통해 전국으로 택배 발송도 한다.

운영정보

  • 일요일 11:00 ~ 22:00  주말 예약 불가
  • 토요일 11:00 ~ 23:00  주말 예약 불가
  • 평일 11:00 ~ 23:00
  • Tel : 033-253-8635
  • 가게 블로그(새 창 열기)
  • 주차장은 따로 없는 듯하다. 가게 뒤편 골목길에 적당히 주차를 하면 된다.

메뉴

일점오닭갈비 메뉴는 아래 사진과 같다. 특이하게 닭 내장이 있다. 과연 닭 내장은 어떤 맛일까. 소곱창 같은 걸까. 궁금하긴 한데 선뜻 시도하고 싶지는 않다. 하더라도 나중에 나 혼자 와서 해야만 할 것 같다.

우리는 닭갈비 2인분에 우동사리를 시켰다.


춘천1.5닭갈비 메뉴


춘천 1.5닭갈비

문득 왜 닭갈비 이름에 1.5라는 숫자를 붙였는지 궁금해진다. 1.5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음식점에 1.5라는 숫자는 좀 생뚱맞기까지 하다.


춘천닭갈비


드디어 닭갈비가 나왔다. 불로 달군 철판에 양념이 잘 버무려진 닭갈비 요리가 쏟아졌고, 곧 하얀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른다. 물놀이 후 쫄쫄 굶어 배가 등짝에 달라붙은 형과 나의 기대치도 함께 솟아올랐다.

아까 궁금했던 1.5라는 숫자의 의미가 닭갈비 크기를 보니 알 것 같았다. 확실히 닭고기의 크기가 서울 어딘가에서 먹던 닭갈비보다 컸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1.5배 컸다. 그것이 1.5라는 숫자의 비밀이었다.

서빙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친절했고, 닭갈비가 잘 읽어가는지, 언제쯤 먹어야 하는지 살뜰하게 살펴주셨다.


춘천닭갈비

곧이어 우동사리도 투하되고, 닭이 익는 소리와 향기는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였다. 얼른 먹고 싶은데 아주머니는 언제쯤 먹으라고 할 텐가. 형과 나는 젓가락을 든 채 돌격 앞으로 3초 전인데.


닭갈비


휘적휘적~ 능숙한 솜씨로 뒤집기도 하고 펼치기도 하며 요리를 하신다. 곧이어 다 익었으니 먹어도 된다는 싸인이 떨어졌고 우리는 걸신들린 사람처럼 무섭게 먹어 대기 시작했다. 먹을 때는 둘다 한마디도 없었다. 배가 고파서 더 맛있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고기가 많고 그리 달달하거나 맵지도 않아 좋았다. 이름난 맛집보다 현지인들이 오는 가게가 진리인 것은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이렇게 오랜 친구(형)와의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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