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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문정후의 용비불패 추억과 편파 검열 논란

by U.ken 2020.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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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빡빡머리 시절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책 냄새와 쾌쾌한 곰팡내가 뒤섞인 동네의 지하 만화방에서 며칠 동안 부여잡고 읽었던 그 책, 용비불패다. 그 시절 만화방의 이름도 흔하디 흔한 '두꺼비 책방'이었다. 당시 나는 이 책을 통해 무협만화에 입문하게 됐다. 소년이 좋아할 만한 전투와 지금은 적절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B급 성적 개그, 얼이 빠진 듯하고 장난스럽고 모자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무공의 고수인 주인공의 설정. 덤 앤 더머 구휘, 용비의 티격태격하는 모습. 이 모든 것이 당시 중학생이었던 소년에게는 너무나 재미있는 요소였다.

구휘가 사흑련 본방에서 마교 잔월 대마에게 당해 쓰러졌을 때 용비가 나타나고, 그때 구휘가 "떠그랄"이라고 탄식하는 장면에서는 혼자 빵 터져 배를 부여잡고 낄낄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선하다. 이런 책이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될 때는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끌리듯이 손이 갔고 소중한 내 시간은 순삭 되고 있었다. ㅜㅜ

하지만 검열과 수정으로 이 만화의 개그 요소가 많이 퇴색된 듯하여 많이 아쉬웠다. 지금의 상황은 확실히 그 시절과는 많이 다르니 네이버측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다. 다만 댓글을 보면 팬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미니스트 관련 갈등이 이 댓글란에 번져있었다.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던 부분이 바뀐 부분이 아쉽다만 팬들이 분노하는 포인트는 편파적인 검열에 있었다.

특히 논란이 심한 부분으로 검열이 굉장히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것에 있다. 성적인 부분을 전반적으로 검열을 하려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남성의 성적인 묘사에 비해서 여성의 성적인 묘사는 도를 넘어서 검열을 하고있다. 여자의 경우 몸도 아니고 속옷이 나오는 것조차도 옷이라고 둘러서 말하거나 속옷을 훔쳐가는 전개까지 통으로 편집해버리는 등 지나치게 성적인 부분을 의식하는 편집을 보이고 있지만 반면에 남자의 경우에는 속옷은커녕 볼기나 나아가서 남성의 나체가 드러나는 전개나 묘사, 심지어는 성기를 묘사하는 그림까지도 허용을 하고 있다. 페미니즘적 성향이 짙은 악의적인 편집이다 보니 래디컬 페미니스트 논란이 있는 작가들을 허용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네이버에 대해서 비난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기존에 용비불패를 접했었던 독자들만 알 수 있는 사실이며 웹툰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연재를 하는 과정에서 유입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검열되었다 말을 해주지 않았으면 몰랐을 부분들이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들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용비불패 웹툰판을 보는 독자들이 속편 격인 고수를 먼저 접하고 프리퀄격인 용비불패를 통해 고수에 등장한 인물들이나 세계관의 설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고수의 팬층과 용비불패를 먼저 접하고 고수까지 같이 접하며 웹툰판으로 편집된 용비불패를 보고자 하는 이들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남초 성향의 독자들이라는 것이다. 무협만화 특성 상 주로 남자들이 읽을 것이고, 고수를 통해 새로 유입된 젊은 20대 남성 층과, 추억을 회상하며 읽는 30대, 40대 남성층이 주요 수요층이라고 여겨진다. 30대, 40대가 쓴 댓글이 예전의 용비불패와 지금의 웹툰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려주고, 20대가 확인하고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보인다. 또한 류기운 작가의 건강에 보탬이 되고자 쿠키까지 써가며 읽는 독자들까지 있는 와중인데 독자의 성향과는 정반대의 페미니즘에 물든 도를 넘어선 검열 행위에 대해서 곱게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아쉬운 점이고,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 작품은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만화가 국내 만화책으로는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이와 비견할 만한 만화책으로 열혈강호가 있겠지만 도대체 이놈의 만화는 언제 완결이 날 지 모를 상황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182361

 

용비불패 애장판 박스세트

문정후 만화 『용비불패』애장판 세트. 인기무협만화 용비불패를 애장판으로 재출간했다. 사양은 국판 사이즈이며 표지와 로고 또한 새롭게 단장했다. 복화술을 비롯 엄청난 내공을 겸비한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 ‘용비’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book.naver.com

<용비불패>의 작가는 글 담당 류기운, 그림 담당의 문정후다. 지금은 타계한 박봉성의 문하생에 있던 작가로 첫 연재는 1996년 학산문화사 소년만화지 찬스에 시작되었고 1999년 15세 이상 청소년 만화지 부킹으로 연재를 이동하였다. 2002년 8월 단행본 23권으로 본편이 완결됐고, 이후 사실상 2기격인 <용비불패 외전>이 전 12권으로 완결되었다. 물론, 섣불리 2기를 내놨다가 말아먹은 다른 만화들과 달리 2기의 스토리도 탄탄하다.
한국 무협 만화로 명작 칭호를 받는 작품 중 하나로 스포츠 신문이나 일간지에 연재되는 무협 만화를 보다가 이 작품의 단행본을 집어들면 눈에서 눈물이 난다. 전체적으로 보면 캐릭터성, 연출, 작화, 본편의 내용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개그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80년대 극화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선이 밀도가 높고 배경 묘사도 아주 세세하다.
내용은 현상금 사냥꾼 용비가 모종의 음모가 얽힌 무림사인 금화경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하지만 작품의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금화경 사건 자체의 비중은 의외로 그리 크지 않다. 도리어 용비의 과거사를 비롯 상관책과 홍예몽 등 주변 인물들이 개인사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언급되며 그게 이 작품의 백미다. 즉 메인 스토리는 굉장히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매력적인 각 캐릭터의 서브 스토리는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 평할 수 있으며 그게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다. 금화경이나 황금성 관련 사태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 이 작품의 메인 스토리는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이 짊어진 인생의 무게와 내적 갈등 묘사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이후 용비불패 외전에서도 똑같이 이어진다.
중반부에서는 용비의 과거 이야기, 그리고 흑색창기병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비장하고, 강한 남성적인 세계라며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그 부분에 이르면서 작품의 깊이와 무게감 측면에서 더욱 훌륭해졌다고 평하는 독자들도 있다.
본편 중간부분, 13권쯤부터 갑자기 그림과 연출력이 넘사벽 수준으로 발전한다. 쓸데없이 스케일을 키우기보다는 기본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든 것이 돋보이는 작품. 단, 뭔가 거창하게 크게 벌이는 것을 기대한다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다. 대개 무협만화가 집단 vs 집단의 대결 구도로 끌고 가는 데 비해 이 작품은 개인적인 이야기와 인생의 무게에 크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열두 존자라고 칭하는 우두머리 중 등장한 인물은 몇 되지 않는다. 그중 정파 사파 중 최강이라는 존재들이 등장하니 나머지는 어느 정도의 전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셈.
사실상 2부인 외전까지 2012년 4월부로 완결된다. 외전은 상기된 본편의 금화경과 황금성 관련 사태가 지나간 이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로, 용비의 과거사와 관련된 일들이 본격적으로 주를 이루게 된다. 본편 못지않게 용비의 내적 갈등은 심각한 수준으로 묘사되며 마지막에 가서는 그 무게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된 것으로 보인다.
뭣보다 배경화면은 사선으로 때우거나 스킵하는 게 다반사인 국내 만화에서 이 만화 이상으로 배경에 공을 들이는 만화도 없다. 컷 구성 및 스토리텔링 능력 역시 상당해, 인물 관계 및 긴장감의 조성을 위해 새가 먹잇감을 잡아먹는 모습을 세세히 그리거나, 서로 다른 얼굴의 불상을 그려놓고 인물의 대화를 진행하는 등의 몽타주 기법이 일품이다.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723714

 

용비불패 완전판

전설적 명작의 완벽한 부활! <고수>를 기다리며 정주행 START!스크롤 편집과 가독성 개선을 통한 '완전판' 최초 독점 공개!!

comic.naver.com

세밀한 묘사와 전투씬, 탄탄한 스토리, 적절한 길이(인기가 좋다고 질질 끌지 않았다. 덕분에 작품성 부분에서 탁월하다),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개그 요소,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다. 이러니 2020년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만화가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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