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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

머저리라 불렸던 영웅 오다 노부나가 - 야마오카 소하치 저

by ken! 2020. 2. 29.

5년 전이었을까, 부산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일본에 간 적이 있다. 귀족 여행이라 부르는 크루즈선을 탄 이유는 돈과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보따리무역을 하는 일에 대해 알기 위해서였다. 필자는 실제로 보따리무역을 하시는 4명의 할아버지 일행과 함께 이틀을 함께 했었다. 그 이후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일본인이 좋아하는 3인의 영웅이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 도서관에서 그들에 관한 책을 찾다 보니 그 3명의 인물이 동시대인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중 첫 번째로 역사에 등장한 인물이 '오다 노부나가'다. 이 3인을 두고 이렇게들 얘기한다. '오다 노부나가가 반죽을 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떡을 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 떡을 먹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가장 유명한 책은 3부작 36권에 달하는 '대망'이다. 유명한 책이기에 웬만한 도서관에는 다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 옆에 7권짜리 야마오카 소하치의 오다 노부나가가 다소곳이 있는 것이 보였고, 7권도 적은 분량은 아니지만 36권에 달하는 대망을 먼저 본지라 7권이란 책이 가벼워 보이는 착시와 함께 가볍게 손을 뻗었다.

이 책은 한 치의 땅을 놓고 다투던 16세기 전쟁이 끊이지 않던 일본에서 낡은 중세적 권위와 사회 통념, 가치관을 질풍같이 파괴하고 일본 근세의 기반을 마련한 혁신적인 지도자 오다 노부나가의 일생을 빠른 장면 전환과 단문 위주의 간결한 문체로 박진감 넘치게 다룬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고증과 소설적 재미로 엮은 역사 소설의 전형이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제목 그대로 오다 노부나가의 일생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그가 태어난 1534년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면서 곳곳에서 하극상이 일어나던 난세였다. 소설은 그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해 49세에 반란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를 마치 한 편의 대하사극을 찍듯 그려낸다.

노부나가는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18세의 나이로 오다 집안을 계승한다. 그러나 이 시점은 바로 그에게 첫 위기의 순간이었다. 중신들은 노부나가 대신 동생을 받들고 반란을 꾀한 것이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친족들을 물리치고 일대를 평정한다. 이후 전투에 전투가 이어지는 계속되는 시련, 그런 싸움의 연속에서 노부나가의 인간적 면모와 천재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유의 짧은 문장과 스피디한 소설 전개는 읽는 맛을 더한다.
소설 속에 그려진 오다 노부나가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나이'다. 과거의 성공에서는 아무 것도 배울 것이 없다는 처절한 생존 철학, 한번 써먹은 전법은 평생 두 번 다시 구사하지 않는 철저한 대응 전략, 16세기에 서양식 안장과 옷차림으로 시내를 활보하는 앞선 시대 감각을 가진 인물. 아무도 병농분리를 생각하지 못할 때 직업군인을 양성하고, 자유 시장을 억압하던 족쇄를 부숴버린 희대의 풍운아였다.
"나는 남이 하는 대로는 절대로 하지 않소. 인생의 모든 면에서 남의 의표를 찌르는 사람이 바로 나요, 알겠소? 그리고 또 하나, 마음으로 맹세한 것이 있소. 오십 년이라는 인간의 수명을 다하기는 바라지 않으나, 오로지 이 난세를 종식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오."
이 소설을 해당 시기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 소설로 읽어도 좋지만 그보다는 개성적인 인물이 시대와 어떻게 맞서고 자신을 지켜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새로운 난세인 21세기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뛰어난 전략 능력과 결코 태만을 용서치 않는 근면함 등이 노부나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노부나가의 이러한 장점이 기업 경영자의 마인드에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21세기의 기업 경영을 전국시대 전쟁과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일본에도 "노부나가의 경영 비결!" 같은 책들은 굉장히 흔하고, 마케팅의 일환이긴 하지만 삼성전자 사장이 임원들에게 대망을 읽으라고 권했다고 할 정도로 혁신이 중요한 현대에 이 혁신적이었던 남자의 조직 경영법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본의 비효율적인 거대 조직이나 복지부동의 관료조직을 비판할 때 오래된 전통이라도 비효율적이라면 가차 없이 개혁하던 노부나가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조직 몸집 줄이기가 중요한 불황이라서 후다이도 서슴지 않고 정리해고를 했던 남자의 경영법이 주목받는지도 모른다.

오다 노부나가는 난세였던 전국시에대 천하통일의 기틀을 마련했던 인물로, 시대를 앞서간 과감한 혁신과 개혁, 강력한 카리스마, 냉혹한 현실감각 뒤에는 낭만적인 인간미도 갖추고 있다. 삼국지의 조조와 비견할 만한 인물로 무한경쟁시대를 사는 현대인으로서 여러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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