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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무코다이발소

by U.ken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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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쿠다히데오 작가의 무코다 이발소를 주말 이틀 동안 휙 다 읽었습니다. 역시 오쿠다히데오... 10년 전 남쪽으로 튀어를 보고 너무 재미있게 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유머와 휴머니즘이 있는 그의 필체는 가슴을 먹먹하게하는 아련한 감동이 있습니다.
무코다 이발소의 배경은 일본 홋카이도의 어느 시골마을입니다. 과거의 탄광 사업의 영광을 품고 있지만 지금은 산업이 사양화되어 젊은 사람은 떠나고 늙은 사람들만 남은 한적하고 활기 없는 마을입니다. 그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그리고 있는 책입니다. 장편이지만 그 안에 몇개의 이야기가 혼재되어있으면서 또 각각의 이야기가 완전히 벗어나진 않는 책입니다.
등장인물들을 굉장히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묘사하는데 이 책을 쓴 작가는 얼마나 따뜻한 사람일까를 상상하게 만드는 묘한 휴머니즘이 녹아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온 아들이 반가우면서도 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걱정하는 아버지, 침체된 마을을 다시 활기차게 만들겠다는 마을의 청년단 젊은이들,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가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을 어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 고령화문제, 지방 소멸 문제, 농촌청년 결혼 문제들도 담고 있는데 우리 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라 남일 같지만은 않습니다.
이웃의 어려움을 어떻게든 도우려는 따뜻한 인심과 너무 깊은 개입은 그거대로 아픔을 줄지도 모른다는 배려 속에 고민하는 시골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잘 묘사되어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집니다.
도쿄에서의 삶을 접고 고향인 시골 마을로 돌아와 술집을 연 마담에게 느끼는 중년 남자의 설렘과 일탈 그리고 연륜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고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우스꽝스러운 싸움씬이 너무 재밌습니다.
클라이막스는 마지막 에피소드로 끝까지 아들을 믿는 어머니와 범죄를 저지르고 어머니께 사과하는 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그 둘을 만나게 한 가즈마사(가즈마사는 이 소설의 주인공 무코다 이발소 주인이 영 못미더워하는 아들입니다). 어머니와 만남을 주선 후 자수하도록 합니다. 경찰서로 모인 마을의 아버지들(1세대 위)에게 사기를 쳐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선배를 우리 마을에서 품어주자는 말을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내색은 않지만 저런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아들에게서 마을의 장래에 희망을 보게 됩니다.
가슴 따뜻한 감동을 주는 이 책, 많은 이들이 보고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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