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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서울근교

[라이딩] 북악스카이웨이를 넘어 강북 한바퀴

by ken! 2018. 5. 24.

스트레스 받을 때는 서울 한바퀴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최근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겼었다. 아, 물론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는 그 일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서 그때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밤에 잠이 안 와 새벽을 하얗게 불태우기도 했었다. 떨쳐내려 해도 자꾸만 떠오르는 그 불쾌했던 감정, 애써 의연한 척 해보지만 한밤중 잠자리에만 들면 어김없이 피어오르는 찢겨진 감정의 조각들...
5월 18일 금요일 머리가 아파 연차까지 쓰고 요양을 했지만 머릿속은 자꾸만 복잡해져만 갔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주로 단것을 먹거나 내 몸을 혹사시킨다. 학생 때는 스트레스 받을 일이 주로 시험을 앞두고 오는 압박감이었다면 회사생활을 하는 지금은 주로 사람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생 시절 시험 압박을 받으면 주로 먹었다. 초콜릿이 많이 당겼었다. 단것을 먹으면 잠깐이나마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단것을 먹는다고 해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민과 상처는 전혀 치유가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를 혹사시켰던 것 같다. 운동을 격렬하게 해서 머리를 하얗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꼬리를 물고 괴롭혀 오는 고뇌와 감정의 소용돌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심장이 쾅쾅 뛰면 엔돌핀이 솟아오르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불쾌한 감정들은 멀리멀리 날아가 버리고 상쾌함에 젖어 들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좋았다.

strava

라이딩 코스 : 북악스카이웨이 - 홍제천 - 한강 - 중랑천


출발

오전 내내 비가 오더니 오후가 되어서 비가 그쳤다. 이불 속에서 머리를 싸잡아 쥐고 뒤척이다가 어느 순간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누르고 나의 멘토인 형과 홍은동의 힐튼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 형은 이발을 하고 호텔로 회식을 하러 간다고 하기에 나도 시간을 맞춰서 그리로 가겠노라고 했다. 회식 시간은 6시이니, 5시 정도에 보면 1시간 정도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형은 속이 깊어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하기에 너무도 좋은 형이다. 사실 어제도 30분가량을 전화 통화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바쁜 시간을 내어 만나주는 형이 고맙다.
하이바를 챙겨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가까운 자전거 수리점에서 타이어에 공기를 110psi까지 채웠다. 이러면 오늘 최애고 속도로 달릴 준비 완료다. 형이 1시간 정도 지나서 호텔에 도착한다고 했으니 나도 그 시간에 맞추려면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그런데 가게 주인집 아저씨와 수다를 떨고 계시던 한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오늘 한강 완전히 잠겼다던데, 자전거 카페 가서 보니까."


아차 싶었다. 비가 이만큼 왔으니 당연히 저지대는 물에 잠겼겠지. 중랑천을 따라 내려가 한강을 타고 하류로 내려가서 홍제천을 타고 올라와 힐튼호텔에서 형을 만나고, 북악스카이를 넘어 집으로 오려던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에휴, 오늘은 북악스카이 업힐만 왕복 3번 정도 하자.' 북악산을 넘어 형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업힐 왕복을 몇 차례 하고 집에 오면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출발을 하여 정릉역까지 차도로 쌩쌩 달렸다. 본격적으로 북악스카이웨이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있는 라이더들이 몇몇 보였다. 비가 와서 없을 줄 알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하여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스포츠는 계속되어야 한다.


북한산

북악스카이웨이 업힐 코스

스트라바 기록을 보니 본격적인 언덕길이 시작되는 아리랑고개부터 북악산 정상 팔각정까지 26분이 걸렸다. 확실히 업힐을 해야 허벅지에 힘이 빡 들어가면서 숨이 턱턱 가쁘다. 이 느낌이 좋다. 변태처럼 이렇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심장이 쾅쾅 뛰고 얼굴이 벌게지면서 머리에 핏줄이 서야 머릿속에 지우개가 제대로 작동한다. 땀을 빼고 높은데 올라와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세상을 내려다보면 어느새 날 괴롭히던 상념에서 멀리멀리 벗어나 있다. 머릿속이 제대로 하얘진 것 같다.
확실히 날씨 탓에 사람이 적었다. 올라오면서 3명의 라이더만 봤다. 이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정상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산할 때는 올라갈 때 힘들었던 것을 보상하듯 페달링 한번 없이 쭉 미끄러져 내려온다. 온몸에 부딪히는 바람이 시원하다. 빗물을 머금은 싱그러운 산천초목들이 우울했던 감정을 씻어준다.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북악스카이웨이

멘토 형을 만나고

호텔 앞에서 만난 형은 환하게 반겨 주었고, 주변 커피숍에서 팥빙수 하나를 사줬다. 사실 이미 우울했던 감정들은 다 없어졌지만 어쩌면 나는 확실한 보증을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전날 통화할 때도 얘기했었지만 내게도 잘못이 있음을 일깨워 줬고, 괴로웠지만 밤새 생각하면서 그 부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미안함이 불쾌하기만 했던 감정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으며, 방금 라이딩을 하면서 불쾌한 감정을 씻어버렸다. 갈등을 겪은 사람과 좋으나 싫으나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극기의 훈련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으니, 이제 됐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형한테 나는 이제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그걸로 되었다.
그간 있었던 일을 전화로 해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형과 대면한 채 다 토해냈다. 형은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경청하더니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경청했고, 때로는 반론을 제시하기도 했고, 1시간이 5분처럼 지나갔다. 얘기를 하다 보니 정치 얘기도 했다. 뭐가 됐든 마음은 다 풀렸다.


홍제천

홍제천 상류 부분이다. 서울 도심에는 놀랍게도 이런 예쁜 하천이 있다. 그것도 아주 여러곳에. 찾아보면 구석구석 예쁜 장소가 많다.


여의도

강북 쪽에서 찍은 여의도 사진이다. 왼쪽으로는 63빌딩 허리에 노을녁 태양이 잔잔히 아른거리고, 중앙 오른편에는 요즘 미국인들에게는 인기가 없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북미회담 관련하여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트럼프의 이름을 딴 빌딩이 보인다. 미세먼지 없는 서울은 굉장히 아름답다. 기회가 된다면 비가 그치자마자 한강변으로 가보라. 너무도 멋진 서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담으로 형과 헤어진 후 다시 북악스카이 언덕길로 가려니 갔던 길 또 가는 것이 지겨워 무작정 한강 쪽으로 틀었다. 한강이 물에 잠겼다고 자전거 집 주인아저씨가 기했지만 직접 본 것은 아니지 않나. 내가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막상 가보니 침수로 인해 통행이 불가능한 구간은 딱 50m 정도 구간이었다. 그 구간만 우회하면 한강 라이딩이 가능해서 한강을 따라 올라와 중랑천으로 빠져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길 곳곳이 웅덩이라 자전거와 등짝은 흙탕물을 흠뻑 뒤집어써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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