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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

대구 동촌유원지에서 마주한 아침 여명과 너의 의미

by U.ken 2019.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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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대구에 출장을 갔을 때 찍은
아침의 여명이다.
운동광이자 아침 찬양론자인 나로서는
새로운 장소에 가면 그 곳의 아침을
온 몸으로 맞고만 싶은 변태같은
성향이 있다.
그래서 달린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미친듯이
달리고 싶다.
전 날 술을 마셔도 달린다.
새로운 지도 위에
내가 달린 선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아침은 나에게 산타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언제나 종합선물세트를 한아름 안겨주신다.
상쾌한 공기, 붉게 빛나는 아름다운 아침 노을,
지저귀는 새소리, 부드러운 아침 햇살,
생명이 움트는 에너지.
선물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내가 할 일은 선물 한보따리
두둑히 챙기는 일 뿐.
그것도 매일 아침.
조금만 부지런하면
자연이 주는 선물을 공짜로 챙길 수 있다.

동촌 유원지의 육교에서 찍은 금호강이다.
점점 날이 밝고 있다.

내가 묵은 숙소에서 강 건너 반대편에 가니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누구보다 먼저 마주하는 예쁜 꽃들도
아침이 주는 선물 중 하나이다.
이 꽃들도 하루 중 처음 만난 사람을
기억할 것임이 틀림없다.

강건너에서 바라본 오리배 유원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금호강 한 편.

알림문을 보면 이 다리에 난간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일주일전 몰아친 태풍 때문에 막아놓은 듯하다.

막으려 해도 다리를 건너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는 막을 수 없는 법.
현지 사람들은 이 빈틈으로 잘도 다녔다.

잔뜩 물이 불어있다. 유속도 꽤 빨라
강은 마치 화를 내는 듯했다.

강촌 햇살다리를 건넌다. 근데 있어야할
난간은 온데간데 없다.
 

무참히 뽑혀나간 난간의 흔적.

2019년 18호 태풍 미탁의 위력이
세긴 셌었나보다.
자연 앞에서 그 어떤 것도 무기력하기 마련.

강을 비추는 아침의 햇살이
점점 충만해온다.
 

영남제일관이다. 이 문을 지나
좀 더 달리다 보면
망우단공원이 나온다.

망우단 공원에 오면 바로 조우하게 되는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님의 동상이다.
어렸을 적 위인전에서 봤던 그 장군님.
빨간 갑옷을 입었다해서
붉을 홍, 옷 의의 홍의 장군이다.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의 귀재로
왜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무수한 전공을 세웠다.
왜군은 곽재우를 너무 두려워하여
빨간 옷을 입은 자만 봐도
놀라서 도망가기 바빴다고 한다.
조그마한 나라에 나라 구한 훌륭한
위인은 무수히 많다.

저절로 엄숙해지며 그 분의 업적을 잠시 기린다.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전달해 본다.

이렇게 달리기를 하며 내 족적을
남기면서 일대를 답사하면
이 장소는 특별한 장소성을 갖게된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 시를 인용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지도상의 한 점에 불과했다.

내가 그를 한발한발 온 몸으로 마주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의미있는 장소가 되었다.

이렇게 대구의 동촌 유원지와
금호강과 망우당 공원에
나의 발자국을 진하게 남기고,
너의 기억을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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