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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자전거여행] 중랑천에서 아라뱃길 왕복 121km 코스

by U.ken 2018.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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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푸른 하늘

전날 비가 와서 맑게 갠 하늘이 놀랍도록 파란 날이었다.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날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친구와 함께 라이딩에 나섰다. 석계역에서 중랑천을 따라 내려가 한강 부에서 반포대교로 달렸다. 반포대교에서 조금 더 하류로 내려간 지점의 미니스톱에서 10시쯤 친구를 만났다. 2인 1조로 호흡을 맞추기로 했다. 친구는 처음에 아라한강갑문까지 갔다 오자고 했다. 2시까지는 집에 돌아와야 한다고. 지도를 보니 약 20km 거리였다. 왕복으로는 40km 거리인데 왠지 조금 아쉬울 것 같았다.
"이왕 하는 거 서해갑문까지 가자."


내가 졸랐다. 그러면 왕복 80km 거리가 된다. 
"오늘 뭔가 좀 불안하다. 오늘 약속도 있고, 흠... 일단 아라한강갑문까지 가서 다시 생각해보자"
"오케이."
편의점에서 포카리스웨트를 사서 컵홀더에 꽂고, 핫바 하나씩 먹어치우고서는 달리기 시작했다. 둘 다 아침을 굶었기에 최소한의 에너지원은 보충하는 것이 좋았다. 
달리기는 확실히 본능이다. 달리자마자 상쾌함이 밀려왔다. 게다가 하늘까지 너무나 푸르렀다.

한강 북한산

아라한강갑문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 덕분에 거의 30km 평속을 찍으면서 달려 1시간도 안 돼서 아라한강갑문에 도착했다.
"이 정도 속도면 아라서해갑문 찍고 와도 충분히 2시 전에 끝내겠는데. 아라뱃길이 지금까지 온 길보다 더 짧아."
슬며시 떡밥을 던졌다.
"오케이, 콜!"
둘 다 자신감이 꽉 차 있었다.
이렇게 또 달리기로 했다.
달리기 전 포카리스웨트를 꿀꺽꿀꺽 마시고 멋진 풍경을 아이폰에 담았다. 나중에 와서 보니 사진 가운데 빛줄기 하나가 오류다. 그건 그렇고 한강 하류서 북한산이 저렇게 또렷하게 보이기는 365일 중에 며칠 안 될 것이다. 한강은 어제 온 비로 물이 불어 누런 흙탕물이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저 아래 바위 사이에는 족제비도 한 마리 있었다.


영종대교

아라서해갑문

역시 1시간도 안 돼서 도착했다. 오자마자 사진 한 컷 찍었다. 저 다리가 바로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영종대교다. 썰물 때라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구도는 3단 구도로 잡았지만, 아래가 조금 좁게 나왔다. 친구는 40km를, 나는 대략 60km를 달렸을 것이다. 조금 지치긴 하지만 기분 탓인지 둘 다 지친 기색은 없었다.
한강 하구에서 낙동강 하구까지의 국토종주코스 출발점이기도 한 이곳에서 사진 한 컷씩 찍었다. 아직 친구는 4대 강을 포함하여 동해안, 제주도 환상코스, 오천길 등 국토를 가르는 코스와 그 코스 중간중간마다 설치된 부스에서 도장을 찍으면 인증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열심히 설명해 주고 너와 나의 첫 호흡을 맞춘 라이딩을 기념하는 뜻에서 자전거 여권을 사주기로 했다. 국토종주 출발점에서 한 컷을 찍고 언젠가 한 번 국토종주를 함께 뛰어보자고 했다.


국토종주출발점

아라인천여객터미널과 국토종주인증센터

나는 사실 3년 전에 혼자서 12월 혹한의 날씨와 눈보라를 뚫고 5박 6일에 걸쳐서 국토종주를 성공한 바 있다.

그 당시 바로 이곳 서해갑문만 빼고 다른 모든 부스에서 인증도장을 다 받아 놨었다. 그걸 집구석에 처박아놨다가 오늘에서야 마지막 한 곳을 찍었다. 사실 친구를 꼬셔 여기까지 온 것은 이런 이유가 컸다. 스스로 무척 감격하며 인증센터에 들어갔다. 한강, 남한강, 문경새재, 낙동강 코스 모든 곳의 도장이 찍힌 자전거 여권을 창구 여직원에게 자랑스럽게 내밀려는 찰나에 여직원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3분 후에 점심시간이라 접수 마감입니다. 번호표 뽑으시고 나중에 1시에 다시 오시면 첫 번째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내 바로 앞 순번의 아저씨는 인증 수속을 밟고 있었다. 오전 마지막 손님이었던 것이다.
'아 이런 젠장, 어쩌지... 친구는 2시까지 돌아가야 되는데.'
고민은 짧았다. 나때문에 친구 약속을 깨뜨릴 수는 없지. 
"다음에 다시 오죠 머."


쿨하게 뒤돌아섰다.
"아, 자전거 수첩은 살 수 있어요?"
"네, 인증 절차가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수첩은 바로 구매 가능해요."
자전거 여권을 사서 친구에게 갖다 줬다. 본인이 살 수도 있지만 라이딩 파트너 친구가 종주인증수첩을 선물로 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초코바 하나씩 사서 게눈 감추듯 흡입하고 생수로 입가심을 한 후에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아라인천여객터미널

돌아오는 길

돌아가는 길은 시작하자마자 뭔가 느낌이 달랐다. 올 때 불어주던 순풍이 돌연 방해꾼으로 변했다. 자전거가 앞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자전거가 안 나가!"
친구가 소리쳤다. 내가 꼬셔서 여기까지 왔으니 내가 고생을 좀 더 해야겠다 싶었다.
"야, 내가 앞에서 끌게."
고난의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내가 앞장서다 곧 친구가 앞장서고를 반복했다. 교체 텀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 겨우 한강아라갑문에 도착했을 때 시간과 속도를 체크했다. 1시간 넘게 걸렸다. 평균속도는 겨우 20km를 넘긴 것 같다. 친구는 약속 시간을 미루는 전화를 걸어야 했다.
"괜히 내가 꼬셔서 약속 못 지키게 됐나 보다."
"아니야. 원래 내가 케이크를 사는 건데 다행히 친구가 사 온다고 해서 1시간 늦게 도착해도 괜찮아."
'어라, 그렇게 말하면 더 미안하잖아.'
"여튼 빨리 또 가보자."
이렇게 말하면서 자전거에 올랐다. 순간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그럴 법도 한 게 석계에서부터 달렸으니 거의 80km는 달린 터였다. 게다가 약속시간에 쫓기는 타임어택을 하고 있으니 더 힘들 수밖에.
"이제부터는 정신력이다, 정신력, 으합"
기합을 불어넣었다. 친구가 웃었다. 친구도 어지간히 힘든지 표정에서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20km만 더 가면 된다고 위로하며 또 달렸다.


가양대교 정도까지 오니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 뒤로 자전거 고수처럼 보이는 사람이 쌩하고 지나갔다. 순간 죽어라 페달을 밟았다. '따라붙어서 피를 꼭 빨아야 돼.' 바짝 따라붙었다. 역시 다른 사람 뒤에 붙으니 한결 편안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또 다른 사람이 옆으로 쌩하고 지나갔다. 이번에도 죽어라 페달을 밟았다. 일명 숙주 갈아타기다. 이러면 맨 앞에서 한참을 끌어주던 사람은 지쳐있기 때문에 못 따라 온다. 지친 숙주를 버리고 쌩쌩한 숙주로 갈아타는 기생충 주행법이다. 살짝 돌아보니 역시 내 친구도 내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Good!
어찌어찌해서 겨우 반포대교 아래 도착했을 때 2시 20분이 다 됐다. 잠깐 쉬면서 하이바도 벗어던지고 숨을 고르다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헤어졌다. 친구는 늦지 않았단다.
여기서부터는 집까지 쉬엄쉬엄 달렸다. 집에 도착하여 스트라바를 체크해보니 121km를 달렸다. 5시간이 소요됐고, 평균속도는 24km/h였다. '흠... 이정도면 상당한데...' 이럴 때면 스스로 뿌듯해진다. 오바 라이딩이긴 했는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사실 120km 자전거여행 덕분에 다음날 침대에 하루종일 등을 붙이고 있어야 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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