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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충청

선물 보따리같은 충주 여행 수룡폭포 계곡

by ken! 2019. 9. 9.

충주 수룡폭포
충주의 수룡폭포 계곡

2019년 8월 11일 충주 탄금호 철인 삼종경기를 무사히 치렀다. 그야말로 무사히! 치러냈다. 올여름 가장 뜨거운 물에서 수영하고, 찌는 듯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타는 듯한 땡볕 아래서 맨몸으로 달렸다. 힘들어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서 온몸이 축 늘어진 채 바닥에 드러누워 바라본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다.

하루 전 날 별 계획없이 충주에 왔다. 단지 철인 삼종경기를 치르는 목적으로 내려왔으며, 숙소 예약은 하지 않았었고 어떤 밥을 먹을지에 대한 생각도 없었고 어떤 축제나 가볼만한 곳을 찾아볼 계획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대충 인터넷에서 검색한 숙소에 가서 보니 갬성 충만한 한옥 게스트하우스여서 기분이 좋았고, 염소탕이라는 이색적인 음식을 경험하고, 하이라이트였던 충주 빛 축제 라이트 월드는 큰 감동을 안겼다. 이 모든 사건?(행운)은 BTLM1960 게스트하우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지어다.

 

2019/09/01 - [국내여행/충청] - 충주 여행_BTLM1960게스트하우스

2019/09/07 - [맛집탐방/한식] - 충주 염소탕 맛집 토종마을

2019/09/08 - [국내여행/충청] - 감동의 충주 빛축제 라이트월드

 

아이러니하게도 2시간여에 걸쳐 혼자서 충주에 내려온 목적은 철인 삼종경기 참가였지만 정작 경기장과 경기에 대한 사진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혼자여서이기도 했고, 경기장의 혼잡함과 시합 전의 고조되는 긴장감으로 인해 사진을 찍을 만한 여유가 없어서였을 터다.

3시간 10분 정도의 기록으로 철인 삼종경기를 완주한 직후 온몸에서 탈진 상태를 느끼며 기진맥진한 상태로 서있기 조차 힘든 상태에서 먹는 시원한 수박은 이 세상 그 어떤 과일보다도 달콤하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저 그 수박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손에서 순삭 되는 그 수박, 머리가 얼얼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시원함.

한여름 중에서도 가장 무더운 날, 여름 중에서도 한복판이라고 여겨지는 말복에 수영 1.5km, 자전거 40km, 달리기 10km를 돈을 내고 달리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 지구 상에서 숫자를 세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운동에 반쯤 미쳐있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뭔가 불가항력적인 일이 내게 발생하지 않는 이상 쭉 그렇게 살아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철인 삼종경기 참가비는 무려 9만 원이다. 쳇, 더럽게 비싸다.

경기 후 34년 일생에서 가장 달콤하고 가장 시원한 수박을 맛보고, 어느 응달 길바닥에 퍼질러 누워서 비현실적으로 새파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거친 숨을 삼키다가 이윽고 일어나 자전거를 차에 싣고 경기장을 떠났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서울로 올라가면 되는데 가만히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아, 시원한 계곡에 풍덩 몸을 담그면 그야말로 천국이 아닐까.'

내 특기 중에 하나인 운전하면서 인터넷 검색하기가 발동했다. 위험한 행동인 줄은 알지만 일분일초가 아까운 현대사회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밝히고 싶다만, 이 또한 설득력 없고 부질없는 자기 합리화밖에 안됨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욕할 사람은 욕하고 수긍할 사람은 수긍하고 나도 그런다고 공감하는 사람 또한 꽤 있으리라. 사족이 길었다. 검색 결과 북충주 IC 주변에 수룡폭포라는 장소가 있었다. 뱀 조심하라는 문구가 꽤 인상적이기도 했는데 가는 길이 딱 서울 가는 길과 겹치고 톨게이트와 가깝다는 점이 아주 딱 금상첨화였다. 지체하지 않고 운전대를 틀었다.

메인 도로에서 좌회전해서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잘 닦여있었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주차장으로 쓰는 널따란 공터가 나오는데 뜨거운 여름답게 차들로 거의 꽉 차 있었다. 대충 주차한 후 웃통을 벗고 달라붙는 철인용 바지만 입은 채 산길 트래킹 코스로 주저 없이 걸어갔다. 인터넷으로 본 대로 뱀 조심이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보였지만 그 내용과는 달리 뱀은 귀엽게 그려놔서 그리 조심하고 싶어 지지 않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줬다. 초입부에는 인공으로 벽을 쳐서 물길을 막아놓고 일정 정도의 수심을 확보한 수영장 같은 곳이 있다. 그곳에서부터 약 500m를 걸어가야 수룡폭포가 그 멋진 위용을 드러낸다.

계곡의 거친 바윗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윽고 수룡폭포가 나타나는데 아담한 사이즈의 폭포와 그에 걸맞게 아담한 웅덩이가 나타난다. 아담한 소는 주변의 짙푸른 수목과 잘 어우러져서 참 예쁘다.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이런곳에서 선녀가 내려올거라는 합리적인 추측을 해본다. 잠깐 선녀와 나뭇꾼 전설을 생각하고서는 거침없이 풍덩하고 빠진다.

'Oh my God, 이거지 이거!'

시원한 물웅덩이에 몸을 담그고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양손에 모아 세수를 한다. CF의 한 장면처럼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물방울을 튀기며 똥 멋을 한 번 부리고서는 잽싸게 주변에 혹시 누가 있나 살핀다.

'하, 이 녀석 소심한 성격이란. 누가 보면 어떠리.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인걸.'

시원한 물줄기에 철인 삼종경기로 지친 몸이 다시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다.

 

이번 충주 여행에서는 의외로 많은 기분 좋은 기억을 남겼다. 1박 2일이라는 채 24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그리고 즐거운 기억을 남겼다. 서울로 향하는 길이 선물 보따리를 가득 안고 돌아가는 길 마냥 즐겁게 느껴졌다.

수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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